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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부평 X IZM] 애스컴 아카이브 인터뷰 #51 전유동
발간

[문화도시부평 X IZM] 애스컴 아카이브 인터뷰 #51 전유동

  • 등록일자2024-12-08
  • 담당부서시민창조팀
  • 문의전화032-500-2165
  • 조회수51
  • 자료 간단설명

    [문화도시부평 X IZM] 애스컴 아카이브 인터뷰

  • 내용

    웹진 이즘(IZM)이 문화도시부평과 함께 하는 < 애스컴 아카이브 부평사운드 >는 인천과 부평 지역 출신이거나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을 순차적으로 인터뷰하는 시리즈 기획이다. 지금까지 이곳 출신의 여러 뮤지션들이 자리해 자신의 음악 이야기와 인천 부평에 대한 추억을 들려주었다. 이번 쉰한 번째 주인공은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그려내는 싱어송라이터 전유동이다.




    전유동의 음악은 따스하다. 회색빛 도시 사이 초록 식물과 하늘을 노니는 새를 선율의 형태로 빚어내는 오밀조밀한 솜씨는 바쁜 현대인들이 잊고 있었던 자연의 존재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지난 2020년 발매한 정규 1집 < 관찰자로부터의 숲 > 속 참새에서 이끼, 딱딱한 열매에 이르는 작은 것들을 향해 보내는 애정이다. 


    전유동의 행보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인천이다. 이는 직접적으로 지명을 언급한 곡(‘주안’)의 존재에 더해 인천을 거점으로 활동한다는 점에서 착안한다. 음악만큼이나 온화한 미소로 인터뷰어를 맞은 그는 지역 속 장소부터 문화 기반에 대한 소신까지 여러 속 깊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의 뛰어난 관찰력뿐만 아니라 음악에 대한 뜨거운 진심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클라우즈 블록’이라는 활동명을 사용하던 시절 < 인천의 포크 > 컴필레이션으로 ‘주안’을 발표했고 이후로도 최근의 ‘덮인 땅’까지 꾸준히 참여 중이다. 이처럼 ‘자연의 관찰자’ 전유동 뒤에는 ‘인천 거주자’ 전유동이 있었는데 음악 활동에 있어 인천이라는 지역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스스로에게 여러 번 던졌던 질문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지역 뮤지션이라는 호칭에서 무언가 의미를 찾으려 하고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을까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지역에 나를 맞추는 게 아니라 일단 스스로 열심히 함으로써 나를 기준으로 재편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중심이 되어 주위에 있는 것들을 다시 돌아봐야겠다는 마음이다.


    그런데 동시에 토박이가 아니라 대구와 칠곡에서 유년기·청년기를 보내다가 이사한 것이기도 하다. 인천이라는 지역을 마주했을 때의 첫인상과, 그전까지 살던 곳과는 무엇이 다르다고 느꼈는지 궁금하다.

    나 자신이 어중간한 위치에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어딘가에 명확히 속해 있다기보다는 느슨한 연대 속에 있는 사람. 사실은 아직도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지 모르는 상태다. 경북과 대구를 오가며 활동하는 시기에도 대구 뮤지션들과 섞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로 올라오기가 오히려 편했던 것 같다. 서울에서 2년 거주하다가 보증금과 월세가 낮은 곳을 찾아 인천으로 이사했는데, 스스로 자리 잡지 못하고 밀려났다고 생각했다. 내가 열심히 했다면 서울에 계속 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의기소침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디에 있던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그렇다면 음악적으로 인천의 환경적 특징은 어떠한가?

    음악적인 이야기가 많은 도시다. 미군 부대도 있었고 메탈이라는 상징적인 장르가 우리나라를 강타할 때 중심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에 갖춰진 문화예술적 인프라로 인해 모두 서울로 빠지는 것 같다. 너무 한쪽에 쏠리다 보면 나중에 바로잡기가 힘들 거라는 생각이다. 서울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인천도 나름의 지역색과 특색을 살려 잘 갖추어내면 좋겠다. 자리가 잡힌다면 인천에 있는 다른 뮤지션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


    부평구문화재단에서 진행한 < 굴포천천히 >의 굴포천 탐조 드로잉 행사에 참여한 후기를 올린 것도 기억에 남는다. 자연을 아끼고 기록하는 아티스트로서 부평, 혹은 인천 속 자연이 아름다운 장소를 추천한다면?

    굴포천은 항상 지나치던 곳인데 정말 아름다웠다. 거기서 느낀 감정을 곡에 담아봐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다른 곳으로는 소래습지 생태공원이 떠오른다. 멀리 펼쳐진 갯벌에 새들도 많고, 노을이 질 때면 가슴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다. 또 탐조 스팟이 조성되어 있고 공원 관리가 자연 친화적으로 세심히 되어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다음으로는 영종도에 위치한 용유도 해변이 기억에 남는다.




    지난해 발매한 < 나는 그걸 사랑이라 불러 자주 안 쓰는 말이지만 >은 춘천에서의 한 달살이 경험을 토대로 했다. 평소 작업에서 거주하는 곳에 영향을 많이 받고 또 악상을 찾아내는 편인가?

    특정 거주지에서 악상을 찾는다기보다는 스스로 깨닫는 지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타인에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해져야 곡이 만들어진다. 지난 앨범은 한 달 동안 춘천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많은 곡을 써냈다. 노트와 기타만 가지고 어두워질 때까지 음악을 만들고는 했는데, 처음에는 적응이 어려웠지만 주변에 비슷하게 작업하는 분들이 있다고 들어 ‘나도 인간이면 되겠지, 안 될 게 뭐가 있어’하는 마음으로 곡을 썼다. 당시 만든 곡을 단편선 님, 영기획을 운영하시는 하박국 님, 밴드의 베이시스트와 키보디스트 친구들, 또 제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분과 함께 들으며 ‘폐관 수련 운영성과 보고회’를 가진 후 수록곡을 골라냈다.


    그렇다면 어떤 환경에서 음악을 만들 때 가장 영감이 잘 떠오르는가? 가령 자연 속에서의 순간이나 특정 계절, 날씨가 주는 감정이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다.

    주변 환경에서 영감이 올 때가 많다. ‘이끼’라는 곡을 예로 들자면, 말라 죽어 가는 이끼를 보고 문득 ‘물이 없으면 이끼를 무엇이라 부를 수가 있을까?’라는 질문이 떠올라 곡으로 만들었다. 평소 하던 생각이 어떠한 매개체와 맞물릴 때 음악이 탄생하는 편이다. 그래서 곡을 써야겠다 하고 마음먹었을 땐 오히려 잘 안 나온다. 일상생활에서 매개를 많이 발견하기 위해 메모를 많이 해두고, 생태나 자연과 관련된 텍스트와 컨텐츠를 자주 본다.


    이토록 자연과 가까워지게 된 계기가 있는지?

    촌에 살아서 그런 게 아닐까. (웃음) 도시의 삶 속에선 자연이 터부시되는 경향이 있지 않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린다거나, 고양이 한 마리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거나. 그런 태도를 지양하려고 한다. 빌딩 사이의 비둘기부터 길거리의 꽃 혹은 산책하는 반려동물까지, 자연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매번 떠올린다.


    올해 여러 신곡을 정식 발매하지 않고 데모 버전으로 유튜브에 업로드했다. 정규 앨범에 실을 염두에 둔 곡들로 보이는데 이러한 방식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작년 한 해 동안 정규 2집, EP, 컴필레이션 등 열심히 활동했다. 전업 뮤지션으로서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매일 회사에 출근하는 직장인들처럼 내겐 음악이 생업이니까. 돌이켜 보면 충분히 힘들 수 있었던 시기지만 그런 생각 없이 달려왔다. 올해도 EP나 싱글을 내려고 계획했는데 지원 사업에서 다 떨어졌다. 좌절하기보다는 작년에 열심히 했으니 올해는 조금 쉬자, 대신 곡을 열심히 쓰자는 생각이다. 최근 공연에서는 미공개 데모곡을 선보인 후 관객의 반응을 보고 앨범 수록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막상 빼고 나면 가끔 기억하시는 분이 계셔서 난감하기도 한데. (웃음) 매번 새로운 곡을 들려드리는 게 목표다.


    ‘제비’라는 데모곡에서는 국악적인 터치도 느껴진다. 어떻게 작업한 곡인지.

    기타를 치던 중 이 부분에는 자진모리장단이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지 않은 시도였지만 실행에 옮겨 보니 잘 나와서 놀랐다. 제비들이 화면 밖에서 안으로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영상을 떠올리며 그 제비들을 표현하고자 했다.


    AI로 만든 데모곡 커버 아트가 굉장히 예쁘고 전유동의 음악 세계를 잘 표현해 내 놀랐다. 과거 앨범 커버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는데 AI 사용에 대해 특별히 거부감이 없나?

    시대의 흐름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결과물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 음악을 할 때도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변수가 나온 순간 희열을 느낀다. 같은 이유로 라이브 시 MTR(멀티 트랙 레코더) 사용을 선호하지 않는다. 단편선 님과 작업할 때도 걸어온 길과 음악색이 극명히 다른 만큼 상상하지 못한 것들이 튀어나와 좋았다. 이처럼 AI는 내 요청과는 관계없이 멋대로 이미지가 나올 때가 많아 현재로서는 거부감 없이 즐기고 있다. 앨범 커버 제작을 요청할 때 AI로 콘티를 그린 후 요청하기도 하는데, 매번 작가님들께 사과의 말씀을 함께 드리며 선을 잘 타고 있다. (웃음)


    데모곡 역시 그간의 작업물과 마찬가지로 새, 나무 등의 자연을 모티프로 하고 있다. 가장 사랑하는 새와 식물을 각각 하나씩 뽑는다면?

    새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나무는 참신하다. (웃음) 새 중의 새는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귀여운 참새라 생각한다. 나무는 버드나무를 꼽고 싶다. 버드나무를 볼 때마다 그 운치에 심장이 고요하게 두근댄다. 


    꾸준한 공연과 < 관찰자로서의 숲 > LP 발매까지 바빴던 한 해였다. 앞서 데모곡을 업로드하면서도 정규 앨범을 언급했는데 준비하고 있는 음악에 대해 힌트를 들려줄 수 있나.

    지난 앨범은 급하게 만든 감이 있었다. 곡이 쌓여서 냈다기보다는 주변 뮤지션들에게 휩쓸렸던 것 같다. 스스로에게 조금 아쉬운 점도 있었기에 다음 정규는 느슨하게 가고 싶다. 일단 12월에 싱글 하나를 먼저 발매하고 내년 3월쯤 그 싱글을 수록곡으로 EP를 낼 생각인데 잘 될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이렇게 말을 해두면 지켜야 하지 않나. (웃음) 이 인터뷰를 통해 정식으로 발표하겠다. 올해 열심히 곡을 써왔지만 리스너 분들 입장에선 활동이 뜸했다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아 스스로를 채찍질하려고 한다.




    근래 한국의 인디 신도 많이 변화되었다. 음악의 흐름이나 산업 생태계 측면의 동향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가?

    코로나-19 당시에는 공연의 수가 줄어든 것 이외에 생각보다 큰 변화가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팬데믹 이후에 양극화가 심해졌다. 영화계에서 사람들이 검증된 감독의 작품만 보게 된 것처럼 인디 신 역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처럼 유서 깊은 행사 혹은 유명 아티스트의 공연에만 관객이 몰린다. 나와 같은 영세 아티스트들은 좌석 수가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든 상황이다.


    평소 관계 맺고 있는 아티스트는 누가 있고, 또 어떤 음악적 영감을 주고받는지?

    주변에 음악을 잘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 매번 만날 때마다 배울 점이 많고, 나 자신도 자존감이 높은 성격이 아니다 보니 쪼그라들고는 해서 음악적으로 깊이 교류를 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생기더라. 그래도 프로듀싱을 맡아 주시는 단편선 님과 오소리웍스에서 함께하는 뮤지션들과는 인간적이고 음악적인 유대를 맺고 있다. 최근에는 선과영 님의 전시회에 찾아뵙기도 했다. 항상 따뜻하게 나누는 걸 좋아하는 햇살 같은 분들이라 요즘 졸졸 따라다니고 있다.


    지금까지 갈고닦아 온 포크, 록을 제외하고 도전해 보고 싶은 다른 장르도 있는가?

    사람이 가지지 못한 것에 욕망하듯 평소에 만들지 않는 장르를 많이 듣는 편이다. 매스 록이나 메탈을 좋아하는데 도전은 하면 안 될 것 같다. (웃음) 펑키한 매력이 내게 없기는 하지만 경쾌한 음악을 만들어 보고 싶다.


    서정적이고 촉촉한 목소리에 비해 반주는 달려가는 곡들이 많다. 목소리와 반주의 조화를 만들 때 어느 지점을 신경 쓰는지?

    변박을 사용하는 반주는 매스 록과 헤비메탈에 대한 욕망이 반영된 것 같다. (웃음) 머릿속에 뮤직비디오가 그려져야 완성된 곡이라고 생각한다. 가사에 어울리는 반주를 먼저 쓴 후 떠오르는 뮤직비디오 플롯에 따라 편곡을 진행한다. 


    어릴 때는 어떤 음악을 들으면서 자랐는가.

    아버지께서 나훈아의 팬이셔서 나훈아를 듣고는 했다. 임창정을 제일 좋아해 발라드를 자주 즐겼고 팝이나 다른 음악을 많이 접하진 못했다. 그래서 현재도 디깅을 수시로 하는 편은 아니다. 마치 사람을 만나듯 자연스럽게 음악을 들으려 한다. 음악이 웬만큼 마음에 들지 않는 이상 한 음악가만 파지는 않고, 좋은 음악이 있다면 언젠가는 또 만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최근 들은 곡 중 맘에 든 곡이 있는지.

    요즘 자주 듣는 이들로는 일본 뮤지션 로라 데이 로맨스(Laura day romance)와 알와이 엑스(RY X)가 떠오른다. 호세 곤잘레스는 명반 < In Our Nature >부터 모든 앨범을 다 찾아 들을 정도로 팬이다.


    공연 때는 항상 기타를 직접 연주하며 노래한다. 비슷한 성향의 아티스트 중 귀감으로 삼는 사람이 있나?

    비단 음악뿐만 아니라 인생의 귀감이 되는 분으로 이상은 님을 뽑고 싶다. ‘제비’도 타고 올라가다 보면 이상은 님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 대중음악의 우상으로 떠오른 후 모든 것을 버리고 유학길에 올라 외국에서 도전했던 행보들, 그리고 지금까지 활동하며 변화를 계속하는 모습을 보며 매우 큰 영향을 받았다. 그분을 보며 스스로를 너무 통제하지 말자, 또 새로운 것들을 접하고 바뀌어 보자고 마음먹는다.


    마지막으로 이즘 공식 질문이다. 인생 아티스트나 음반은 무엇인가?

    내게 없는 모든 것을 가진, 또 범접할 수 없음을 느낀 아티스트로 덴마크 출신 알렉스 바르가스(Alex Vargas)가 있다. 힘들 때마다 나를 일으켜주었던 뮤지션이다. 주변에서 좋은 음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항상 그의 이름을 대고는 한다. 또 수프얀 스티븐스도 겨울이 되면 자주 듣는다. 음반으로는 플릿 폭시스의 < Fleet Foxes >. 토속적 성향이면서도 인간의 바탕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다.




    진행: 염동교, 손민현, 한성현, 정기엽, 박승민

    정리: 박승민

    사진: 한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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